일기장 2011. 7. 1. 23:00


지난 27일(정확히 이야기하면 26일 22시30분경) 할아버지께서 숨을 거두셨다.

23년생 연세가 88이셨다.

폐암으로 숨쉬기도 힘들고, 식사도 힘드셔서 링겔을 맞다가 이제 편안해 지셨다.


장례식을 치루는 동안 그냥 정신이 없었다.

큰아버지와 형제자매의 친구분들이 많이 오셨고, 회사분들도 많이 오셨다.

바쁘고 정신없는 것도 아니였는데... 그렇게 슬프지도 아쉽지도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발인을 하러 나가는데, 아버지 친구분께서 끝까지 따라오시는 거였다.

"내가 18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근희 아버지께서 그 때 전부 도와주셨어... 내가 저분 끝까지 모셔야되..."

전날 밤에 아버지와 술드시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니 다리도 아프고 몸도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같이 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자식 말고 저런 사람이 있을까?"
"내 친구 중엔 내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와 같다며 만사 제쳐두고 달려오는 사람이 있을까?"

할아버지가 88 생을 사시면서 적어도 한 분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자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화장을 해서 납골당으로 모시는 도중 계속 비가 왔다.

이렇게 연결하는 건 말도 안되지만... 자식들이 더울까봐 땀나고 힘들어할까봐 뜨거운 햇볕이 아니라 시원한 비를 내려주신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다.

가족 전체가 모여서 한 공간에 모인 몇 번 안되는 시간이였고, 가족들에겐 정말 큰 행사였다. 앞으로 내가 사는데 크게 바뀌는 점은 없다. 예전과 똑같이 가족 행사때마다 모임에 나갈 것이고, 회사도 똑같이 다닐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무엇인가 조금은 성숙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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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글동글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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